조현병은 유전의 영향을 크게 받는 정신질환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부모나 형제가 조현병이면 본인의 발병 위험이 높아지고, 쌍둥이 연구에서도 유전율이 상당히 높게 나옵니다. 하지만 '어떤 유전자가, 어떻게' 관여하는지는 여전히 밝혀지는 중이고, 특히 조현병이 심장병·당뇨·폐질환 같은 신체 질환과 유전적으로 어떻게 얽혀 있는지 는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이 점은 단순한 학문적 호기심이 아닙니다. 실제로 조현병 환자는 일반 인구보다 평균 수명이 짧고, 그 상당 부분이 정신 증상이 아니라 동반된 신체 질환 때문이기 때문입니다.

이 연구는 그 연결고리를 찾기 위해 여러 인종을 아우르는 대규모 유전체 분석(GWAS, 수십만 명의 유전 정보를 훑어 질병과 관련된 DNA 지점을 찾는 방법) 을 수행했습니다. 유럽계와 동아시아계를 포함한 무려 32만 2,321명 의 유전 데이터를, 세계적인 정신유전체 컨소시엄과 대규모 바이오뱅크에서 모아 분석했습니다. 이렇게 여러 인종을 함께 보는 이유는, 특정 인종에만 국한되지 않는 '보편적인' 유전 신호를 더 정확히 잡아내기 위해서입니다.

그 결과, 기존에 보고되지 않았던 조현병 관련 유전 변이 16개를 새로 발견 했습니다. 나아가 유전자 발현을 분석하는 기법과 기계학습으로 후보 유전자들을 추렸는데, 그중 WBP1L과 CNNM2 같은 유전자가 조현병의 생물학적 기전에 관여할 가능성이 지목됐습니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유전자 발현 정보를 활용한 '약물 재활용(drug repurposing, 이미 다른 병에 쓰이는 약을 새로운 병에 다시 활용하는 전략)' 분석에서, 조현병과 만성 폐질환에 공통으로 작용할 수 있는 치료 후보 가 제시됐다는 점입니다.

이 발견의 핵심 메시지는, 조현병과 만성 폐질환이 유전적 구조의 일부를 공유 한다는 것입니다. 즉 조현병 환자에게 폐질환이 흔한 것이 단지 흡연이나 생활습관 때문만이 아니라, 애초에 두 병이 일부 같은 유전적 뿌리를 가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다만 이 결과는 어디까지나 대규모 통계 분석을 통한 '연관성'의 발견이며, 특정 유전자가 병을 '일으킨다'는 인과를 증명한 것은 아닙니다. 실제 치료로 이어지려면 후보 유전자와 약물에 대한 별도의 검증 연구가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이 연구는 조현병을 '뇌만의 병'이 아니라 전신 건강과 연결해 이해해야 한다 는 관점을 유전자 수준에서 뒷받침하는 중요한 진전입니다.

한 가지 오해를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조현병 유전자를 찾았다'는 말이 곧 '조현병을 일으키는 단 하나의 유전자가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조현병은 수백~수천 개의 작은 유전적 영향이 조금씩 쌓여 발병 위험을 높이는 '다인자성' 질환 입니다. 이번에 새로 찾은 16개 변이 각각은 위험을 아주 조금씩만 높일 뿐이며, 유전자를 가졌다고 반드시 병에 걸리는 것도, 없다고 안전한 것도 아닙니다. 유전은 '운명'이 아니라 '경향'이고, 환경과 스트레스 등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합니다.

그렇다면 이 연구가 환자와 가족에게 주는 실질적 의미는 무엇일까요? 당장 새로운 치료제가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방향은 분명합니다. 조현병 진단을 받았다면 정기적인 심장·폐·대사 건강 검진을 정신 증상 관리만큼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 는 것입니다. 흡연을 줄이고, 운동과 식이를 관리하며, 신체 증상을 가볍게 넘기지 않는 것이 수명과 삶의 질을 크게 좌우할 수 있습니다. 유전적 뿌리를 공유한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몸과 마음을 함께 돌봐야 할 이유가 그만큼 분명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결국 이 연구는, 마음의 병과 몸의 병이 생각보다 훨씬 깊이 연결돼 있음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줍니다.